파고다 리포터_ 1%의 제너럴 닥터 김승범, 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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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제너럴 닥터' 김승범, 정혜진

전문직이라는 이름을 건 대개의 직업들에는 나름의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에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안경을 쓰고 있어야 변호사 같다. 그럼 의사는? 흰 가운을 휘날리며 반듯한 병원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기계적으로 수많은 환자를 몇 가지의 병으로 신속하게 분류해내는 모습이 어울린다. 다소 냉소적으로 들렸다면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뉴하트’를 떠올려 보자. 이은성(지성)이 옳다는 걸 알지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김태준(장현성)이 아닌지……. 김승범 선생님과 얼마 전, 제너럴 닥터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는 정혜진 선생님과 함께 꼭 있어야 했으나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좀 색다른 병원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
1. 제너럴 닥터에는 진료과목에 대한 표시가 따로 없는데, 어떤 진료를 주로 하시는 건가요?
김승범: 의학에는 의료전달 체계라는 게 있어요. 1,2,3차로 나뉘는데, 1차는 동네병원, 2차는 중형병원, 3차는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을 얘기하죠. 만약에 콧물도 나고 설사도 한다고 했을 때, 이비인후과를 갔다가 내과를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1차 진료란 넓고 얕게 볼 수 있는 진료를 말해요. 한마디로 말해서 병이 있고 과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과가 있고 병이 있는 셈이죠.
2. 그럼 동네병원은 1차 진료를 하는 곳이네요?! 그런데 대부분의 동네병원이 …과로 전문화 되어 있잖아요? 왜 그런건가요?
김승범: 의대를 마치고 국가고시를 본 후 전문의와 일반의를 선택하게 되어 있어요. 요즘 진로가 불확실해서 대학원을 많이 가는 것처럼 의사들도 90%이상이 전문의를 선택하죠. 그 사람들이 모두 대학병원에 있을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동네병원까지 전문의들이 많아지게 된거에요. 일반의가 진료를 보는 과가 없는 병원은 많지 않아요.

3. 정말 일반적인 진료를 한다는 뜻에서 general이라는 이름을 붙이신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저희 병원은 주치의 개념으로 머리가 아파도 오고 잠이 안와도 오는 병원이에요. 아프고 나서 어느 과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아프기 전에 그냥 와서 차도 마시고 쉬다가 진료도 받고 그러는 거죠.
4. 남들이 대부분 가는 90% 길을 버리고 10%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정혜진: 선생님은 학교 다니실 때부터 이런 병원에 대한 생각과 준비를 해오신 경우고, 저는 전문의를 하고 싶어서 대학병원에서 비뇨기과를 선택해서 2년 동안 수련도 받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전문의를 선택할 때 제가 원한 것도 있었지만 남들이 다 전문의를 하니까 그게 아닌 다른 길을 간다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그 길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정말 맹목적으로 전문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하고 싶은 공부였기에 전문의 생활로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너무 전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전문적인 분야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거든요. 동네 병원에 계신 분들 대부분이 전문의지만 다 일반진료를 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전문적인걸 배워서 뭐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구요.
5. 의대생활이 특별하셨을 것 같은데요.
김승범: 저는 단순한 부적응자 였죠. 하지만 그 점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주로 했던건 학교 빼먹기, 숙제 안내기 이런거 였고, 날씨가 좋은 날은 수업을 못들었어요. 특별히 뭘 한건 아니었지만 밖으로 나가야 했거든요. 그렇다고 의학이 재미없었던 건 아니에요. 의학 자체는 너무 좋았고, 공부도 재밌었지만 과정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지만 이미 형성되 거대 조직안에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적응만 못한 거에요. ^^;; 다 열심히 하는 모범생 집단에서 제가 자주 학교도 빠지고 그러니까 아무 생각이 없다는 오해 많이 받았어요.
정혜진: 저는 수업이나 과제 빼면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하고 싶어서 왔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인턴도 수석으로 마치고, 1,2년차 생활 뿌듯하게 하면서 2년차 초반에 인터넷에서 제너럴닥터에 대한 기사를 봤지만 그때는 ‘같이 해야겠다’ 는 생각은 못했죠.

6. 제너럴 닥터라는 병원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김승범: 학생 때부터 항상 일관된 생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자기 안경을 갖고 세상을 본다고 할 때, 주로 쓰는 안경이 있을지언정 계속 바꿔가면서 쓰거든요. 그럼 자기가 뭘 보는지 모르게 돼요. 남이 보라고 하는 대로 보게 되거든요. 저는 뭔지 모르겠지만 제 안경을 주체적으로 고집한 경우죠. 뭔지 모르겠지만 인간적인 의료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고, 그 뒤로 선택 하다 보니까 제너럴 닥터의 형태가 나오게 된거에요. 결정적 계기라기 보다 꾸준히 생각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혜진: 대학병원에서 인턴 1,2 년 차를 하게 되면 문제점이 계속 보여요. 환자를 병으로 보게 되죠. ‘이 사람은 전립선암 환자. 이 사람은 요로결석 환자. 아프면 요로결석이니까 아프지. 약 주면 되지.’ 이런 식으로요. 1차 진료와의 괴리감이 있었어요. 그런 전문의 수련과정을 지나게 되면 감기환자들은 아파 보이지도 않거든요. 현실적이지 않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병원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됐어요.
7. 제너럴 닥터에 오시는 환자분들의 반응은 어떠세요?
주로 소문을 듣고 찾아오시는데, 특별히 어떤 진료를 기대하고 오시는 것 같진 않아요. 근데 많이 좋아하세요. 한 번 저희 병원 오시면 다른 병원 못 가세요. ^^;;
제너럴 닥터는 저희가 하려고 하는 일의 연구소 같은 공간이에요. ‘의료를 어떻게 바꿔 볼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도구도 만들고, 환경도 만들고, 소통방법자체도 만들고, 그런 일이 회사의 주 업무에요.

8. 의사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승범: 다변화 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원 강사가 꼭 강의를 하는 것만이 학원강사의 역할은 아니잖아요. 교재도 만들어야 하고, 좋은 교재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의사들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봐야 되는 의사가 있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조직과 병만 딱 보고 냉철하게 자르고 꿰매주고 비인간적으로 도움을 주고 연구를 하는 의사도 필요해요.
그러나 그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야지’ 정도는 생각하지만 다변화가 안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가 갖게 된 의료적인 사회문제가 극심하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거나 동의하더라도 방법을 찾지는 않아요. 적극적으로 분화시키고 분화 시켜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사라는 한 이름 아래 있지만 정말 다양화 되어야 하죠.
9. 카페랑 같이 하는 병원이라는 컨셉 때문에 편견을 갖는 일이나 오해는 없었나요?
정혜진: 미쳤다고 그러죠. ^^;; ‘밥은 먹고 살까.’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그럴듯해 보이고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사 집단에서는 ‘원래 돈 많은가 보다’ 그래요. 의사들은 이런 병원의 형태가 수익구조가 안된다는 걸 알거든요.
김승범: 아직은 정상궤도로 바라봐 주지 않아요, 대부분 처음에는 완전 냉소가 가득 이었고, ‘신기한데?’ ‘고생길이 훤하다’와 ‘그렇게 까지 해야 되나’ 라는 게 혼재되어있었다면, ‘동네 병원도 어려운 처지에 어떻게 해도 어렵다면 저런 병원도 해 볼만 한 거 아닌가’ 라는 상태까지는 왔어요. 비즈니스 마인드나 변화에 대한 생각이 있었던 의사들은 조금씩 더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12. 제너럴 닥터의 3가지 포인트를 꼽는다면?
첫째, 언제 병원을 가야 하는지 그 포인트를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요즘은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봐서 ‘어느 과를 갈까’ 까지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냥 차 마시러 왔다가 진료받으면 되니까 접근이 쉬워요.
둘째, 진료의 질이 좋아요. 얘기를 다 할 수 있죠. 저희는 친절하고 착한 진료가 아니라 효율적인 진료를 하는 거에요. 왜냐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다 알아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한 과정이거든요. 그래야 약도 불필요한 것은 쓰지 않을 수 있어요.
세번째, 연속적인 진료가 가능해요. 저희 방식의 환자 노트를 만들어요. 환자의 말이나 우리가 말 한 것도 적고 환자의 표현이 이랬다는 것, 속이 쓰리다. 찌른다. 묵직하다, 다양한데, 그걸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한마디로 끝이거든요. 그 때의 정확한 표현을 알 수 있고, 전에 어땠는지 다 적어 놓으니까 연속적이 진료가 가능하죠.

11. 진료비는 비싼가요? ^^;;
진료비는 동네병원이랑 같아요. 근데 왠지 비싸야 할 것만 같죠?! ‘병원이 화려해서 비싼 검사 장비가 있어서 진료비가 비싸졌다.’ 가 아니라 진료 자체가 얼마나 질 좋은 진료가 될 수 있나에 따라서 사회적인 합의가 좋은 진료비를 줄 수 있고, 의사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굳이 커피를 꼭 팔아야 이런 병원을 할 수 있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요. 그런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죠.

12.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세요?
정혜진: 의사의 정의부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서만 적용해 본다면 환자와 의사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를 해 줄 수 있고, 앞으로 그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게 의사잖아요?! 그렇지만 그건 의사로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덕목이고, 저는 더 나아가서 사람들의 의식을 조금 더 변화시켜 주면서 좁게는 의사들만 이라도 이런 게 진정한 의료라는 것을 깨닫고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걸 알리기 위한 의사가 되고 싶어요.
김승범: 환자만 보는 게 의사가 아니라 의사를 이끌어가고 의사들에게 자꾸 재밌는 것들을 보여주는 의사도 필요하거든요. 그래야 환자를 보는 의사도 잘되죠. 그런 의사가 되겠다는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 처음부터 이런 경험 없이 강단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허황된 거 잖아요. 직접 저희가 만들어 가는 거라고 보시면 되요.
책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만 분노하는가? 몰라서 묻는가? 거대한 것은 우리에게 분노할 자유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도 분노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길을 간다는 것은 외롭다. 그러나 또한 그것은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터뷰 하는 내내 즐거워하는 두 사람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플 때, 병명으로 처리되는 환자가 아니라 진심으로 나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병원이 이 세상 한 군데 정도 있다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제너럴 닥터의 앞길이 외로울지라도 언제나 그보다 큰 행복이 함께 하기만을 바란다.
[취재]
파고다 리포터 : 최지혜 (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파고다 리포터 : 변시연 (이화여자대학교 방송영상학과)
출처 : www.Pagoda21.com/fun

